난생처음 서핑
일주일 뒤 나는 인생 처음으로 서핑을 한다.
내년에나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남동생 덕에 함께 처음으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나는 바다를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물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행복 찾아가기' 목표 중 하나가 '수영'인데,
코로나 시국이라 구립 수영장은 이용하지 못하고,
개인 레슨이 있길래 신청했지만, 무한 대기중이다...ㅠㅠ
(어깨의 큰 흉터를 가려 줄 긴 팔 수영복도 샀는데...)
아무튼 서핑은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왕초보이니 깊은 물 위까지는 안 갈 것 같고...
너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정기구독하고 있는 밀리의 서점을 들어갔는데,
서핑에 관한 책들을 남동생이 읽고 있더라.ㅋㅋㅋ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선택해서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도, 그 파도를 타려는 서퍼.
우리의 인생살이와 똑같았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바다로 나간다는 저자는.
서핑을 사랑하고 즐기는 진정한 서퍼다.
나도 서퍼들만 볼 수 있다는 '무지개 꽃'을 보고 싶다.
나중에는 발리에 가서 앨리스 서퍼 언니도 만나보고 싶고,
파도 맛집이라는 필리핀 시아르가오에도 가봐야지!
그렇게 나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야지!
서퍼의 눈을 갖게 된 이후 침침하게만 보였던 세상을 조금은 더 밝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데도 못 가겠네'하며 투덜거리는 대신
'곧 서핑하기 딱 좋은 파도가 들어오겠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혹독하게 다뤄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남기고 가운데 세 손가락을 접으면
서퍼들의 인사인 샤카 사인이 된다.
사랑과 연대, 이해를 뜻한다는 이 수신호에는 '멋져, 잘했어',
'고마워', '환영해, 안녕' 같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런 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해. 네 책임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해."
잘 되면 내 덕이고 안 되면 네 탓이라고 했던가.
오늘도 서울 생활은 그렇게 돌아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에 던져지면
우선 내 한 몸으로 빠진 곳의 깊이를 온전히 가늠해봐야 한다.
일어서야 한다.
누워 있으면 고작 30센티 깊이도 심해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바다 위를 몰아치는 파도와 그 파도의 가능성,
그 위에 떠 있는 내 모습까지도 달라지게 만드는 바닥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 자신의 바닥을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무엇을 견딜 만하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내 속을 더듬더듬 짚어나갔다.
"탈까?"라고 묻는데 나낭은 나를 쳐다보지도, 보드를 돌리지도 않고 계속 파도를 보며 말했다.
"보는 거 연습해야 해. 좋은 파도." 그 말 그대로 파도를 잘 타려면 좋은 몸 상태와 기술만큼이나 '파도를 보는 눈'이 중요하다.
지금 오는 파도가 타기 좋게 깨질지, 어디쯤에서 깨질지, 또 어느 쪽으로 째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퍼는 마치 메스를 든 외과의사처럼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예측해서 파도의 면을 오른쪽으로 가를지, 왼쪽으로 가를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보드 위의 자세를 좌우한다.
"서퍼가 되면 무지개를 아주 많이 볼 수 있어." 서퍼가 되면 좋은 점을 말하면서 나는 무지개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지만 더 설명하지는 않는다.
파도의 갈기같이 일렁이는 무지개는, 파도를 넘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상 같은 거니까
"서핑은 끊임없이 자기 무게를 알고, 또 조절하면서 하는 거야."
생각이 많을 때는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두려움과 좌절, 불안을 가득 안고 들어갔다가 연거푸 런드리를 당하고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고개를 기울여 머리를 툭툭 치자 먹먹한 귀가 뻥 뚫렸다.
기준이 완벽에 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 부족한 거야.
그러면 완벽주의의 증상은 뭐냐?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예요.
왜? 뭘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잖아. 그러면 완벽할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예요."
성공할 줄 알고 했나요? 아니거든. 그냥 한 거거든.
완벽한 시도도 없고, 완벽한 결과도 없어요.
실패도 경험이 되고 성공도 경험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시도하는 게 중요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진짜 실패야.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짠물을 먹을 일도, 파도에 온몸을 강타당할 일도, 엎어지고 다칠 일도 없다.
하지만 그러면 바다 위에서 무지개를 볼 일도, 자연의 광대함을 느낄 일도,
아주 잠깐일지언정 물마루 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내려다 볼 일도, 파도를 잡아탔다는 쾌감을 느낄 일도 없다.
파도가 영 안 잡혀서 바다에 들어가기 싫어지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파도를 잡든 안 잡든 우선 바다에 나가자고.
실패든 성공이든 모든 것이 거기 있다고.
큰 파도를 타고 잘 내려오면 친구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잘 내려왔어"라고 말한다. 올라가는 게 반이라면, 내려가는 것도 반이다.
첫째, 파도는 부서지면서 새로운 파도를 만든다.
무수히 반복된 파괴와 재창조의 굴레 끝에 태어난 파도가 바로 해안가에서 자주 보는 거품 파도다.
내가 기다리는 파도가 저 앞에서 부서진다면, 그로 인해 만들어질 새로운 파도를 기다리면 된다.
파도는 한번 부서졌다고 해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파도가 혼자 깨끗하게 밀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파도 뒤에 파도가 바짝 붙어 연달아 몰려온다.
잘 타는 사람은 앞으로 나갈 추진력을 얻기도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파도 넘어 파도의 산에 부딪혀 고꾸라진다.
삶에서도 바다에서도, 어떤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삼지만 어떤 사람은 위기 한 번에 완전히 좌초된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가 함께 온다는 건 누구에게나 같다.
그걸 잊지 않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큰 파도가 다 좋은 파도는 아니다.
멋모르고 파도의 크기만 보고 따라다닌 적이 있다. 초심자에게는 늘 크고 화려한 게 좋아 보이는 법이니까.
그런데 어쩌다 파도 위에 간신히 올라타면, 역시나 날 기다리는 건 어김없는 통돌이.
크기보다 중요한 건 파도의 모양이다. 얼마나 깨끗하게 잘 깨지느냐, 겉보기에 좋은 것과 실제로 좋은 것은 이렇게나 다르다.
나는 바다를 바꿀 수 없다. 내가 잘해서 파도 위에 올라탄다는 생각은 건방지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파도가 잠시 나를 태워줬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미개한 존재냐 하면, 그건 아니다.
노력하면 뭔가는 된다. 미칠 듯한 패들링으로 타기 힘든 파도 위에 올라탄 순간,
내가 바꿔야 할 대상은 바다가 아니라 나 자신임을 깨닫는다.
필리핀에는 파도 맛집이 있다. 시아르가오Siargao라는 작은 섬인데, 그중에서도 클라우드 나인Cloud 9은 핫한 서핑 스폿이다(클라우드 나인은 '행복의 절정'이라는 뜻이라는데 누가 지었는지 작명 센스 정말 인정).
난이도 높은 파도가 연달아 밀려드는 파도 공장인 이 곳은 서퍼들이 꼭 한 번은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다.
내가 여기에 오려고, 저걸 보려고, 저걸 타려고, 그렇게 버텨냈지.
아직 파도를 타지 않았대도 여기까지 왔다면 이미 반은 해낸 셈이다.
파도를 타려면 라인업에 나가야 하고, 라인업에 나가려면 지옥에서 온 파도 세트를 뚫어야 하고,
세트를 뚫으려면 버텨내야 한다. 버티는 것도 능력이다.
서퍼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아주 중요하고 큰 능력.
바다가 잔잔한 날 서프보드 위에 이렇게 누워 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떠 있으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도 없고, 바닷물이 언제 내 얼굴을 덮칠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축 늘어져 숨만 쉬어도 떠 있을 수 있다.
못해도 좋아할 수 있다는 걸 서핑을 하며 배웠다.
두렵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바다가, 파도가 좋으니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때로 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순간이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파도는 또 온다. 그리고 그 파도는 사라져버린 물거품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기 세상이 좁을수록 자기 확신이 강하다
좋은 서퍼는 방향을 여러 번 틀면서 하나의 파도를 오래 그리고 길게 탄다.
같은 파도라도 일직선으로 타고 마는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바다가 좋은 파도를 내주지 않는다면 달려서라도 잡겠다는 의지,
좋은 파도라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추위도 불사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의지.
한국 서퍼들에겐 그런 의지가 있다.
바다가 다르면 파도가 다르고, 파도가 다르면 서핑도 다르다.
그리고 누구는 달려서 타고, 누구는 엎드려서 타고, 그리고 가끔 나는 무릎 꿇고 탄다.
방법은 달라도 우리 안에 있는 건 다 같다. 파도를 잡겠다는 의지와 즐기는 마음. 그보다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얼마 타지 않은 사람도 나보다 더 잘 탈 수 있다.
바다는 단지 그 바닥을 잘 아는 현지인이라는 이유로, 오래 탔다는 이유만으로 더 좋은 파도를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서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파도를 타는 데 집중한다.
요가를 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내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 그것이 요가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서핑은 흔들리는 게 본질이다.
두 발을 딛고있는 보드의 바닥은 어떤 바다에 있는지, 어떤 파도를 타는지에 따라 계속 바뀐다.
그에 맞춰 흔들려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버티려고 할수록 넘어지는 게 서핑이다.
바다는 맹수처럼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살아남으려면 나를 보호하는 법과 파도의 위협을 피해 바다에 떠 있는 법
그리고 파도를 잡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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