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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노르웨이의 숲

십년에 한번씩 읽게 되는 <상실의 시대>.

매번 느낌이 달랐다. 세 번째 만났을땐.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다 읽어버리는 보통의 모습과는 다르게.

감정의 소용돌이가 자꾸 일어나 다섯번정도 걸쳐 읽어내려갔고...

드디어 끝냈다!

이제 나도 꿈도 없는, 무거운 납으로 된 문 같은 잠이 내려오길...


뭘 보고 뭘 느끼고 뭘 생각해도, 결국 모든 것이 부메랑처럼 나 자신에게 돌아오고 마는 나이였다.

게다가 나는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은 나를 몹시 혼란스러운 장소로 이끌어 갔다.

주변 풍경에 관심을 마음의 여유같은 건 아예 없었다.

아무도 없다. 나오코도 없고 나도 없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나는 생각해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그렇게나 소중해 보인 것들이.

그녀와 그때의 나, 나의 세계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그래, 나는 지금 나오코의 얼굴조차 곧바로 떠올릴 수 없다.

남은 것은 오로지 아무도 없는 풍경뿐이다.

"그건 올바르지 못한 일이야, 너에게나 나에게"

.......

"그러니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영원히 지켜 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잖아...."

.......

"이런 상태가 평생 계속되는 건 아니야." 나는 그녀의 등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어. 그게 끝나면 같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돼.

앞으로 어쩌면 좋을지......"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지 마." 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물론 나오코는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오코를 안아 주고 싶었지만, 늘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혹시나 그 탓에 나오코가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싶어서이다.

우리는 변함없이 도쿄 거리를 걸었고, 나오코는 허공 속에서 말을 찾아 헤맸다.

불현듯 생각나면 나는 책꽂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쳐 그 부분을 집중해서 읽곤 했는데,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페이지도 재미없는 페이지는 없었다. 어떻게 이리도 멋질 수가 있을까 감탄했다.

사람들에게 그게 얼마나 멋진 소설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 본 인간은 하나도 없었고,

읽어 보겠다는 생각을 할만한 인간조차 없었다.

"이 허망한 짓거리에 환멸을 느낀다면 네가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증거고, 진짜 환영할 일이야.

처음 본는 여자하고 그 짓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자기 혐오와 피로뿐이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은 이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그 5월의 일요일에 주오 선 전철 안에서 우연히 나오코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금세, 아니, 만약에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국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고쳤다.

아마도 우리는 그때 만나야 했기에 만났을 것이고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만났을 것이다.

딱히 무슨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정말 멋지다는 생각 안 들어?

딸들에게 너희가 대신 죽는 게 나았다고 말할 정도로 부인을 사랑하는 거?"

참으로 부드럽고 따스하면서 갈 곳 없이 망연한 입맞춤이었다.

오후 햇살 아래 건조대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남의 집 불구경을 하지 않았더라면 난 그날 미도리와 입을 맞추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런 기분은 그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건조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지붕들과 연기나 고추잠자리 같은 것들을 바라보면서 따스하고 친밀한 기분에 젖었고,

어떤 형태로든 그런 기분을 남겨 두고 싶은 무의식이 적용했을 것이다. 우리의 입맞춤은 그런 것이었다.

물론 모든 입맞춤이 그러하듯 어떤 위험이 전혀 내포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만일 내가 너의 내면에 어떤 상처를 남겼다면, 그것은 너만의 상처가 아니라 나의 상처이기도 해.

그러니까 그 때문에 날 미워하진 마.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야.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불완전한 인간이야. 그래서 더욱 네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

네게 미움을 받는다면 난 정말 산산이 부서져 버릴거야.

나는 너처럼 자신의 껍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들어가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야.

네가 진짜로는 어떨지 몰라도 내게는 어쩐지 그렇게 보여. 그래서 때로는 네가 굉장히 부럽기도 했고,

너를 필요 이상으로 휘둘리게 한 것도 그 탓일지 몰라.

외부 세계와 이 곳은 완전히 달라.

외부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뒤틀렸음을 의식하지 않고 지내.

그러나 우리의 이 작은 세계에서는 뒤틀림이야말로 존재의 조건이야.

새로이 나오코의 몸을 감싸고 도는 그 아름다움은 예전과 같은 정도로 또는 그 이상으로 나를 끌어당겼지만,

그래도 그녀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니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사춘기 소녀 특유의 거침없이 홀로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아름다움은 다시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자주 그래. 감정이 차올라서 울어. 괜찮아, 그건 그것때로.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거니까.

무서운 건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할 때야.

감정이 안에서 쌓여 점점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거지.

여러 가지 감정이 뭉쳐서 몸 안에서 죽어 가는 거. 그러면 큰일이야."

서두르지 말 것.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꼬이고 또 꼬여도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거나 다급한 마음에 억지로 끌어내려 해서는 안 돼.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는 생각을 갖고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 나가야만 해.

'만일 나랑 자고 싶다면 같이 잘게.'라고 난 말했어.

'아직 누구하고도 자 본 적이 없지만, 자기를 좋아하니까 나를 안고 싶으면 안아도 돼.

그러나 나하고 결혼하는 건 그것하고는 다른 문제야.

나하고 결혼하게 되면 내 문제도 끌어안게 돼.

그건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야. 그래도 괜찮아?'하고.

그는 괜찮다고 대답했어. 그냥 자고 싶은 게 아니라고.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내 안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

"우리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어.

만일 기즈키가 살았더라면 우린 아마도 같이 지내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고 조금씩 불행해졌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무인도에서 자란 벌거벗은 어린 아이 같은 존재였어.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먹고 외로우면 둘이서 끌어안은 채 잠들었지.

그런 상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잖아.

우리는 점점 커 갈 거고 사회 속으로 나가야만 했어.

"우리에게도 아주 정상적인 부분이 있어.

그건 우리는 스스로 비정상이란 걸 안다는 거지."

남편은 99퍼센트 완벽하게 해냈어.

그렇지만 1퍼센트가, 고작 1퍼센트가 온전하지 못했던 거야. 그리고 펑!

그래서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은 한순간에 무너져 완전히 제로가 되어 버렸어.

"비참한 이야기지. 우리 그렇게 고생하면서 온갖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쌓아 올렸는데, 무너질 때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어.

번쩍, 하더니 모든 것이 무너져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 모두에게 각각 사정과 이유가 있고, 모두가 나름대로 정의와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 탓에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져요. 그건 그럴 수밖에요.

모든 사람의 정의가 실현되고 모든 사람의 행복이 달성되는 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카오스 상태에 빠지고 말죠.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이게 정말 간단합니다.

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교통정리를 하는 거죠.

.......이것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합니다.

따스한 침대에서 너를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마치 내 곁에서 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깊이 잠든 듯한 느낌이 든다고.

그게 현실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그런 상상을 한다고.

불현듯 앞으로 이런 일요일을 도대체 몇십 번 몇백 번 반복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한 일요일." 이라고 나는 입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

일요일에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다.

"그렇게 나가사와 선배가 좋아요?"

"응, 좋아." 그녀의 대답에는 한 점 망설임이 없었다.

"거, 참." 나는 한숨을 내쉬고 남은 맥주를 다 마셔 버렸다.

"그 정도로 확신을 품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겠죠."

"나는 그냥 바보에다 구식이야. 맥주 더 할래?"

"너 말이야, 와타나베." 미도리는 검지로 나를 가리켰다.

"경고해 두겠는데, 지금 내 안에는 한 달분 정도의 뭔가가 얽히고 뭉치고 쌓여서 꿈틀대고 있어. 무지무지.

그러니까 더는 복장 터지는 말 하지 마.

안 그러면 여기서 엉엉 울어버릴 테고, 난 한번 울음보가 터지면 밤새 울어. 그래도 돼?

나는 누가 보건 말건 짐승처럼 울어. 정말이야."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 버릴 만큼 귀여워."

.......

"봄 날의 곰만큼 좋아."

......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아가씨, 나랑 같이 뒹굴지 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이윽고 꿈도 없는, 무거운 납으로 된 문 같은 잠이 내려왔다.

네가 도쿄로 돌아가고 가을이 깊어졌어.

그래서 몸 안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이 기분이 네가 없는 탓인지 아니면 계절이 가져다 준 것인지 얼마간은 알 수가 없었어.

1969년은 내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진흙탕과도 같았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신발이 쏙 빠져 버릴 것 같은 깊고 무겁고 끈적거리는 수렁.

그 진흙탕 속을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걸어갔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끝도 없이 시커먼 진흙탕 길이 이어질 뿐이었다.

시간조차 나의 발걸음에 맞춰 느릿느릿 흘렀다.

주위 사람들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와 내 시간만이 수렁에 빠져 질퍽질퍽 제자리를 맴돌듯이 걸어갔다.

내 주변 세계는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참이었다.

그 시대에는 존 콜트레인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죽었다.

"자신을 동정하지 마. 자신을 동정하는 건 저속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뭐라도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면 될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뭔가를 생각해야만 할 때가 올 것이고,

그때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되리라 스스로를 달랬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무조건 화만 난 건 아니야. 난 그냥 외롭고 쓸쓸한 것뿐이야.

너는 나에게 친절하게 많은 것을 주는데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줄 게 없는 것 같으니까.

너는 늘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내가 똑똑, 와타나베, 똑똑,

문을 두드려 보아도 눈만 한 번 들어 쳐다보곤 금방 자기 세계로 돌아가 버리지.

"그리고 나한테 뭘 해도 괜찮지만 상처 주는 것만은 하지마.

난 지금까지 충분히 상처받았고,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행복해지고 싶어."

"네가 입는 거라면 뭐든 좋고, 네가 말하는 거, 걸음걸이, 취한 모습, 뭐든 좋아."

"정말 이대로 좋아?"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은지 모르니까 그대로 좋아."

"나를 얼마나 좋아해?"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서 버터가 되어 버릴만큼 좋아."

고뇌하지 마요. 가만 내버려 두어도 흘러가야 할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할 때는 상처를주게 되는 법이니.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저는 창의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음악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개인 맞춤으로 진행하며, 그룹레슨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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